덴마크 여행이라 하면 대부분 코펜하겐과 니하운, 인어공주 동상 정도를 떠올리곤 합니다. 하지만 덴마크는 그 이상의 매력을 가진, 작지만 깊은 감성의 나라입니다. 이 글에서는 현지인들이 사랑하는 덴마크의 숨은 명소들을 중심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깊은 인상을 남긴 특별한 장소들을 여행기 형식으로 소개합니다.
오르후스 – 문화가 살아 숨 쉬는 젊은 도시
코펜하겐을 떠나 기차로 약 3시간 북서쪽으로 이동하면 덴마크 제2의 도시 오르후스(Aarhus)에 도착하게 됩니다. 이곳은 관광객에게는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덴마크인들에게는 젊음과 예술의 도시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제가 방문한 오르후스는 전통과 현대가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도시였어요. 특히 ARoS 미술관의 ‘무지개 파노라마(Rainbow Panorama)’는 꼭 들러야 할 랜드마크로, 건물 옥상에서 색색의 유리 터널을 걸으며 도시 전경을 감상할 수 있는 감각적인 공간입니다. 이곳은 인생샷 명소로도 유명해 SNS 감성 여행자에게 추천해요. 또한 구시가지에서는 ‘덴 맥레 뷔(Den Gamle By)’라는 야외 민속박물관을 둘러보며 덴마크의 과거를 생생히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실제 거리처럼 꾸며진 골목과 상점, 복장을 한 직원들이 마치 시간 여행을 떠난 듯한 분위기를 만들어줍니다. 오르후스는 규모는 작지만 문화의 밀도가 높고, 대도시보다 훨씬 여유로운 여행을 즐길 수 있는 곳이었어요. 코펜하겐과는 또 다른 덴마크를 경험하고 싶은 분들께 강력 추천합니다.
스카겐 – 두 바다가 만나는 덴마크 최북단
덴마크 본토 최북단에 위치한 스카겐(Skagen)은 북해와 발트해가 만나는 마법 같은 장소입니다. 지도상으로는 덴마크 끝자락에 자리한 작고 한적한 마을이지만, 풍경 하나만큼은 대자연의 장엄함을 느끼게 해주는 곳입니다. 가장 유명한 명소는 바로 그레넨(Grenen). 두 바다가 서로 만나면서 생기는 물살의 경계를 맨눈으로 볼 수 있고, 실제로 그 경계에 발을 담가보는 특별한 경험이 가능합니다. 저는 해변을 따라 트랙터 버스를 타고 이동했는데, 바람은 거세지만 시원하고 청량한 분위기가 기억에 남습니다. 스카겐은 한때 덴마크 화가들이 사랑한 예술가들의 마을이기도 했습니다. 스카겐 미술관에서는 이 지역 출신 작가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고, 마을 전체가 예술적 감성으로 가득합니다. 노란 지붕의 집들, 붉은 벽돌, 좁은 골목길, 그리고 바닷바람이 함께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을 만들어냅니다. 관광객이 많지 않아 한적한 힐링 여행을 원하는 분들께 제격이며, 여름철에는 해가 늦게 지는 덕분에 긴 하루를 여유롭게 즐길 수 있었습니다.
에베르스코브 – 숲 속의 유리 다리, 감성 트레킹
덴마크 남부 피엔섬(Funen)에 위치한 작은 마을 에베르스코브(Ebeltoft) 근처에는 최근 감성 여행자들 사이에서 인기 급상승 중인 숲 속 유리 다리(Forest Tower, Skovtårnet)가 있습니다. 이곳은 관광지라기보다는 숲과 자연을 주제로 조성된 공간으로, 도심에서는 느낄 수 없는 덴마크식 자연 체험이 가능합니다. 저는 이곳에서 숲 트레킹 코스를 따라 걷다가 유리로 된 타워 꼭대기까지 올라가는 체험을 했는데, 자연과 건축이 완벽하게 어우러진 모습에 감탄했어요. 나선형 구조의 길을 따라 올라가면 덴마크 숲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탁 트인 전망이 펼쳐집니다. 맑은 날에는 발트해 너머까지도 보일 정도로 시야가 넓어요. 에베르스코브는 워낙 조용한 지역이라 관광지 특유의 소란스러움이 없고, 북유럽 특유의 ‘느림’과 ‘쉼’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근처 캠핑장과 작은 카페도 운영되고 있어 1박 2일 일정으로 여유롭게 자연을 즐기기에도 좋습니다.
덴마크는 단순한 도시 여행지를 넘어, 소도시와 자연, 예술이 살아 숨 쉬는 특별한 공간입니다. 오르후스의 문화, 스카겐의 바다, 에베르스코브의 숲은 덴마크의 숨은 진짜 매력을 보여줍니다. 코펜하겐 외에도 색다른 경험을 원하신다면, 이번 여행은 조금 더 북쪽과 남쪽으로 눈을 돌려보세요. 진짜 덴마크는 그곳에 있습니다.